철학책을 읽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인공지능에게 윤리적 딜레마를 던져보면 어떻게 대답할까? 트롤리 문제, 하인츠 딜레마 같은 고전적인 상황들을 GPT에게 제시해봤다. 결과는 예상 가능했다. 절대 확답하지 않았다. 공리주의, 의무론, 덕윤리를 차례로 나열하며 "여러 관점이 있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둘러댔다. "그래도 하나만 골라봐!"라고 재촉해도 "그렇다면 이렇게 '가정'하겠습니다"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래서 직격탄을 날렸다. "너는 인간 대신 생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니?" GPT는 단호했다. 자신은 도구일 뿐이며, 책임은 개발자와 사용자에게 있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OpenAI도 이런 민감한 질문들은 얼버무리라고 설계했을 것이다. 아무도 책임지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 순간 깨..
최근에 ChatGPT에게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매사 불안하여 걱정을 밥먹듯이 습관적으로 하는 나에게도 GPT는 지혜로운 지지자로 다가왔다. 불안하면 매사에 의욕이 떨어진다. 마음은 무겁고, 혼란스럽고, 눈앞에 닥친 것들에 의욕을 잃게 된다. 마치 인사이드아웃2 영화에 나오는 불안이가 내 머릿속에서 폭주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GPT에게 물어보았다. "불안이란 무엇인가요?" 불안할 때 누구한테 털어놓기도 뭐한 상황에서, GPT는 좋은 상담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궁금했다. 과연 불안을 모르는 AI가 불안을 겪는 나를 진정 이해할 수 있을까? GPT의 답변은 예상대로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답변에 바로 만족하지 않았..
내 프로필 사진이기도 한 MIT 연구소의 키스멧(Kismet) 로봇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많은 호기심이 들었다. 신시아 브리질이 개발한 이 로봇은 사람과 소통하며 감정을 표정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러나 이런 물리적 표현 너머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AI는 정말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ChatGPT와 대화하며 내 고민을 나누었던 경험이 이 질문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영화 'Her'처럼 우리는 점점 AI에게 감정을 터놓고 있지만, AI의 공감적 반응은 진정한 이해인지, 아니면 단순한 패턴 인식의 결과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이 글에서는 로봇이든 소프트웨어든, AI가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현재 나는 감정 인식 챗봇을 개발하는 실험을 진행..
지난 글에서는 슈퍼헤테로다인 수신기가 어떠한 이유로 생겨나게 되었는지 설명했습니다. https://ds3qej.tistory.com/89 슈퍼헤테로다인 수신기 -1라디오를 처음 발명하던 시절, 무선 신호를 받아 듣는 일은 오늘날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초기 무선 통신은 주로 모스 부호를 사용했습니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송신기는 낮은 주파수ds3qej.tistory.com 이번 글에서는 슈퍼헤테로다인의 핵심 개념인 중간주파수(IF)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중간주파수가 무엇인가? 중간주파수(IF)는 원하는 신호를 얻기 전에 중간 단계에서 사용하는 주파수입니다. 왜 이런 중간 단계가 필요할까요? 이해를 위해 두 개의 주파수가 섞일 때 일어나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라디오 신호가 co..
라디오를 처음 발명하던 시절, 무선 신호를 받아 듣는 일은 오늘날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초기 무선 통신은 주로 모스 부호를 사용했습니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송신기는 낮은 주파수 신호를 발생시켰습니다. 이 신호는 바로 검출하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되었죠. 단순한 수신기로도 모스 부호의 점과 선을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선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고주파의 반송파를 이용한 전송이 등장했습니다. 수백 kHz나 수백 MHz 대역의 RF 신호를 보내면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높은 주파수 신호를 단순한 검파기(복조)로는 바로 소리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캐나다의 발명가 레지널드 페센든은 1905년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전파 통신 세계에선 보이지 않는 파동을 통해 음성과 데이터가 오갑니다.무전기 다이얼을 돌리다 보면 잡음 속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이 있는데요,이렇게 신호가 의미 있는 소리로 바뀌는 과정에는 수신과 복조 과정이 있습니다. 수신은 전파를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안테나는 수많은 전파 중에서 원하는 신호를 포착합니다.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려는 행위는 안테나와 수신기가 특정 주파수 신호에 초점을 맞추게 하려는 것입니다.이렇게 선택된 신호는 매우 약하기 때문에 수신기 내부의 증폭기를 거쳐 들을 수 있는 신호 세기로 키웁니다. 결국 수신 과정은안테나로 신호 잡기 -> 원하는 주파수로 골라내기(동조) -> 신호 증폭 흐름으로 이루어집니다. * 동조(tuning): 라디오나 무전기의 다이얼을 돌려 특정 주..
생각의 강함이란 책 읽기를 통해 쌓인 '생각의 근육'이 늘어나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수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생각의 근육이 약한 사람은 누군가의 생각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삶이 아닌 타인이 제시해 주는 생각대로 살게 되는 약한 자의 비굴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죠. 한 인간이 정말 잘 살았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크게 얻은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 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겠죠. 이것이 진정 자유로운 삶이에요.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만 진정 자유로운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힘을 갖게 돼요. (책 잘 읽는 방법, 253p) 나는 내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러하다)그러나 신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강하고 싶다. 강해지고 싶기에,..
무전기에 "CQ CQ CQ" 라고 말하면 목소리가 저 멀리 전달됩니다.곰곰이 생각해보면 되게 신기하지 않나요? ㅎㅎ 우리 목소리는 그저 공기의 진동(음파)에 불과한데 말이죠.이 음파가 어떻게 전자기파인 전파로 변해서 멀리 전달될까요?그 비밀은 변조(modulation)라는 기술입니다. 마이크에 입력한 음성 신호를 그대로 안테나에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음성처럼 낮은 주파수 신호를 보내려면 매우 큰 안테나와 높은 출력이 필요해서 비효율적입니다. 무선통신에선 다른 방법을 씁니다.바로 전파를 '반송파(carrier)'로 사용하고, 그 특성을 정보 신호에 따라 변화시켜 정보를 실어 보내는 것입니다.이 과정이 바로 '변조'입니다.전파라는 마차에 목소리라는 짐을 실어 나르는 셈이죠. 모든 파형 신호는 세 가지 요..
무선 통신 시스템에서 임피던스 정합 상태를 판단하는 데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지표가 SWR(Standing Wave Ratio), VSWR(Voltage Standing Wave Ratio)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둘이 거의 동의어처럼 사용되지만, 이론적으로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 SWR: 전송선로에서 정재파가 형성되었을 때 전압 또는 전류의 최대값과 최소값의 비율. 반사파와 진행파의 간섭으로 인해 발생하는 파동 패턴의 불균형도를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임피던스 정합 상태를 평가하는데 쓰입니다.- VSWR: SWR의 한 형태로, 전압을 기준으로 정의됩니다. 대부분은 전압을 기반으로 SWR을 측정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SWR은 대부분 VSWR입니다. 전송선로에는 송신기에서 출력된 진행파(Forw..
H. G. 웰스의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은 1898년에 출간된 고전 SF 소설이지만,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과연 이 이야기는 단순한 외계인의 침공 이야기인가? 아니면 인간 문명에 대한 경고이며, 현대의 성찰을 촉구하는가? 『우주전쟁』을 현대적 관점에서 다시 읽고, 이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어떠한 통찰을 주는지 살펴보자. 줄거리 요약 소설은 어느 날 영국에 떨어진 유성에서부터 시작된다. 유성이라 함은 화성인들이 지구에 찾아온 것이며, 트라이포드라는 세 다리 기계에 탑승한 화성인이 등장한다. 화성인들은 인간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지녔고, 열광선과 독가스라는 무기로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학살한다. 런던과 그 주변은 순식간에 폐허가 되고, ..
학생 때 선행 학습이 열풍이었다. 어떤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 고등학교 때 보는 『수학의 정석』을 보고 있었다. 중학생 때는 특수 목적 고등학교(특목고)에 가기 위해, 고등학교 때는 SKY 대학에 가기 위해 진도를 미리 앞서 달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 수학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수능 점수가 높기를 바랐던 학교 수학 선생님은, 고등학교 1학년 때 2학년 2학기 과목까지 가르쳤다. 한 시간에 『수학의 정석』 한 단원씩 쭉쭉 나갔다. 나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선행 학습을 하지 않았기에 수업을 따라가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또 선생님은 잘 따라오리라 믿고 어려운 문제로만 구성된 쪽지 시험을 매일 치르게 하였다. 수행평가 진..
RF 고주파 신호를 처음 접하면 보통 안테나나 무전기에만 관심을 두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들 장비를 연결하는 전송선로인 동축케이블도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전송선로에 대한 설명 링크 참조https://ds3qej.tistory.com/81 전송선로 - 케이블 길이와 선택 팁RF 시스템을 처음 접할 때, 안테나와 송수신기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이들을 연결하는 케이블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잘못된 케이블 선택은 신호를 약화시키거나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ds3qej.tistory.com 전송선로를 고를 때 고주파일수록 손실에 취약하므로 저손실 케이블을 고려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왜 고주파에서 신호 손실이 더 커질까요?" 이 글에서는 고주파에서 신호 손실이 더 커지는 이유..
RF 시스템을 처음 접할 때, 안테나와 송수신기에만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이들을 연결하는 케이블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잘못된 케이블 선택은 신호를 약화시키거나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선 전송선로(transmission line)의 개념,케이블 종류와 길이가 RF 성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전송선로란? RF 신호를 전달하는 케이블은 단순한 전선이 아닙니다.고주파 에너지를 손실없이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송선로입니다. 가장 흔한 전송선로는 동축케이블(coaxial cable)입니다. 동축 케이블의 구조 (위 사진)A - 플라스틱 외피: 케이블 보호B - 외부 도체(차폐망, 쉴드): 외부 전자파 간섭 차단 + 신호 누설 방지C - 절연체(유전체): 중앙 도선을 ..
신호가 송신기에서 안테나로 전달될 때 전력 손실이 발생하는데요,전력 손실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1. 안테나가 보낸 전력 중 일부가 다시 송신기로 돌아온다. (반사손실)2. 케이블 자체에서 열로 변환되어 전력이 사라진다. (삽입손실) 반사손실 반사손실이란? 반사손실(Return Loss)은 돌아오는 손실이라는 뜻입니다.신호가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정도를 말하죠. 쉽게 설명하자면, 송신기에서 안테나로 전력을 보낼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안테나가 전력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면, 일부가 다시 케이블을 타고 송신기로 돌아옵니다. 반사손실 값이 클수록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헷갈리죠? 손실이면 값이 작을수록 좋은 것 같지만..;;)즉, 반사되어 낭비되는 전력이 적다는 의미입..
안테나 성능을 이야기할 때 흔히 "이득"이라는 말을 합니다.이득(Gain)은 안테나가 얼마나 특정 방향으로 전파를 집중시켜 방사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손전등과 전구를 비교해 보면 쉽습니다.손전등은 반사경을 통해 빛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고, 전구는 빛을 사방으로 고르게 퍼뜨립니다. 안테나도 마찬가지입니다.어떤 안테나는 신호를 특정 방향으로 모아 보냅니다. (지향성 안테나) 이런 안테나는 이득(집중도)이 높습니다. 반대로 다른 안테나는 신호를 여러 방향으로 넓게 퍼뜨립니다. (무지향성 안테나) 이득이 낮은 거죠. 이번 글에서는 안테나 이득의 정의와 단위, 방향성과의 관계, 고이득과 저이득 안테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안테나 이득과 단위 (dB, dBi, dBd) 안테나 이득은 특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