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기에 "CQ CQ CQ" 라고 말하면 목소리가 저 멀리 전달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되게 신기하지 않나요? ㅎㅎ 우리 목소리는 그저 공기의 진동(음파)에 불과한데 말이죠.
이 음파가 어떻게 전자기파인 전파로 변해서 멀리 전달될까요?
그 비밀은 변조(modulation)라는 기술입니다.
마이크에 입력한 음성 신호를 그대로 안테나에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음성처럼 낮은 주파수 신호를 보내려면 매우 큰 안테나와 높은 출력이 필요해서 비효율적입니다.
무선통신에선 다른 방법을 씁니다.
바로 전파를 '반송파(carrier)'로 사용하고, 그 특성을 정보 신호에 따라 변화시켜 정보를 실어 보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바로 '변조'입니다.
전파라는 마차에 목소리라는 짐을 실어 나르는 셈이죠.
모든 파형 신호는 세 가지 요소를 지닙니다.
진폭(크기), 주파수(빠르기), 위상(타이밍)입니다.
변조는 이 중 하나의 특성을 정보에 맞춰 바꾸는 것입니다.
어떤 특성을 변화시키느냐에 따라
진폭 변조(AM), 주파수 변조(FM), 위상 변조(PM)로 나뉩니다.
이들은 아날로그 변조의 대표적인 방식들입니다.
진폭 변조 (AM) - 소리를 실은 전파의 탄생
진폭 변조는 가장 먼저 등장한 변조 방식입니다.
1900년 무렵 캐나다의 레지널드 페센던이 세계 최초로 라디오로 음성 신호를 송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1920년대에는 상업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면서 AM이 표준 무선 통신 방식으로 자리 잡았죠.
오늘날까지도 장파, 중파, 단파 등 AM 라디오 방송이 전 세계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AM의 원리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고주파 신호(반송파)의 '진폭'을 음성 신호의 세기에 비례해 변화시킵니다.
마치 한 가지 음을 계속 내면서 그 음량을 음성 파형에 따라 크게 또는 작게 조절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전파 신호의 세기 변화 속에 음성 정보가 실려 전달됩니다.
수신기는 그 진폭 변화를 검출해 원래 음성을 복원합니다.
AM의 장점은 구현이 쉽고 신호가 넓은 영역까지 도달한다는 점입니다.
주파수가 낮아 전파가 멀리까지 퍼져 장거리 전송에 유리합니다.
반면 단점도 있습니다.
외부 잡음이 섞이면 신호가 쉽게 왜곡됩니다.
AM 라디오에서 듣는 '지지직'하는 잡음이 그 때문입니다.
또한 주파수 대역과 전력 효율이 떨어집니다.
이러한 한계를 개선한 단측파대(SSB) 방식이 개발되었습니다.
현재 아마추어 무선의 장거리 교신에는 AM 대신 SSB가 주로 사용됩니다.
AM은 여전히 유용한 변조 방식입니다.
라디오 방송, 단파 통신, 시민 밴드(CB) 무전, 항공 교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AM 변조가 쓰입니다.
주파수 변조 (FM) - 잡음을 몰아내다
시간이 흐르며 AM의 약점도 두드러졌습니다.
천둥번개와 같은 잡음 신호가 진폭을 교란하면 음성에 잡음이 그대로 끼어들었습니다.
주파수 변조(FM)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30년대에 미국의 엔지니어 에드윈 암스트롱이 고안한 방식입니다.
FM의 원리는 AM과 다릅니다.
반송파의 진폭은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대신 주파수를 순간순간 변화시켜 정보를 싣습니다.
예를 들어, 일정한 세기로 휘파람을 불면서 말하는 사람의 음성에 맞춰 휘파람 음높이를 높이거나 낮추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주파수를 변동시키면 잡음이 신호 세기에 영향을 주더라도 정보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그 결과 FM 신호는 AM에 비해 잡음과 간섭에 훨씬 강해 깨끗한 음질을 제공합니다.
실제로 번개가 쳐도 AM 라디오는 심한 잡음이 들리지만 FM 라디오는 비교적 깨끗하게 들립니다.
FM의 장점은 잡음과 간섭에 강하고 깨끗한 음질을 제공한다는 점.
또한 반송파 세기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고효율 증폭기를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반면 AM보다 넓은 대역폭을 차지하고, 초기 FM 수신기는 회로가 복잡했습니다.
또한, 주로 높은 주파수를 사용해 도달 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1950년대 이후 FM은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FM 라디오 방송(88~108MHz), 아날로그 TV 음성, 아마추어 무선 VHF(144MHz 대역)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역 간 무선교신에서 잡음 없는 맑은 음성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상 변조 (PM) - FM과 닮은 듯 다른
위상 변조(PM)는 FM과 가까운 친척과 같습니다.
둘 다 반송파 신호의 위상(각도)을 변동시키는 방식으로, 통틀어 '각도 변조'로 불리기도 합니다.
FM은 시간에 따른 주파수 변화이고, PM은 순간 위상을 직접 바꾸는 차이가 있지만 개념상 유사합니다.
PM에서는 반송파 위상을 정보 신호에 따라 앞당기거나 늦추는 방식으로 변조합니다.
이론적으로 FM과 동일한 정보를 실을 수 있으나 구현 방법만 다를 뿐입니다.
PM은 아날로그 음성 전송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AM이나 FM에 비해 뚜렷한 이점이 없고, 복잡했기 때문입니다.
대신 디지털 통신 기법으로서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Wi-Fi나 휴대전화 등 현대 무선통신(PSK 방식), 아마추어 무선의 디지털 모드(PSK31) 등에서 위상 변조 개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AM, FM, PM은 아날로그 무선통신의 근간을 이루는 변조 방식들입니다.
현대에는 디지털 기술이 주류를 이루지만, 그 밑바탕에는 이 세 가지 변조 개념이 있습니다.
'전파에 정보를 실어 나르기 위해 반송파의 특성들(진폭, 주파수, 위상)을 변화시킨다'라는 큰 흐름을 이해하면 됩니다.
즉, 우리의 목소리가 그냥 나가는 게 아니라 전파에 목소리의 특성을 담아 나가는 것입니다. ^^